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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 생의 다른 생시(詩)/시(詩) 2017. 12. 17. 13:35
싸락눈 소복 담긴 낡은 새둥지 하나
키 작은 싸리나무 기둥에
간신히 달린 집 한 채
봄날 근사한 집 짓고 예쁜 짝 만나
가족 이루고 재잘재잘 한철 살다
찬바람 속으로 떠나보냈네 뿔뿔이 둥지마저 버리고
긴 겨울 골짜기 나무처럼 울다
다시 봄날 처음 날듯이 날갯짓하네
새집 짖고 새짝도 만나
첫봄 맞듯 처음 살듯 다시 산다네
새들은 몇번의 생을 살다 가는 것일까
내게도 벌써 여러 봄과
여러 겨울이 지났네
지난 계절들 내 손으로 다 거두어온 줄
여기저기 나의 낯선 생이 바람 속
빈 둥지처럼 나뒹굴고 있네
나는 지나온 나의 전부가 아니네
내 온몸이 통과해왔건만 낯선 생이
불쑥 낯익은 바람에 타인의 것인 양 흩어지고 있네
나는 그걸 하나의 생이라고 우겨왔네
저기 다른 생이 또 하나 밀려오네(그림 : 김경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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