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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호 - 작은 새가 잠긴 우수의 늪시(詩)/시(詩) 2017. 12. 12. 13:25
까만 네 눈에는 이 도시의 우울이 잠겨 있다.
주름진 눈썹을 펴 보아라.
윤기가 사라진
퍼석퍼석한 네 몸의 솜털들이
도시의 먼지들로 자욱하다.
원래 네가 살던 곳은
맑은 하늘 아래 청산이었는데
맑은 물소리 들리는 바람이었는데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환한 웃음이었는데
생수병 사 들고
포장 김치 사 들고
포장 두부 사 들고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는 네 뒤에는
검은 창살이 겹겹이다.
너를 지키고 섰는 저 눈들을 보아라.
찢어진 뱀눈들이 실눈 뜨고
사방에서 노려보고 있구나.
깊은 눈 주름진 눈썹에는
이 거리의 모든 근심이 들어 있구나.
(그림 : 이상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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