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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은 - 물 끝, 마음 끝에서
    시(詩)/이화은 2017. 11. 12. 17:31

     

     

    하류! 까지 흘러가고 싶다는 내게 
    그대는 더 멀리 그때 그 물길 끝 
    일백년 전 그림 지도 한 장으로 우리도 
    갈 데까지 가보자 했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그림 같은 길 따라 


    여기가 끝이다 강화, 자읍 십리에 꽃내 가득한데

    큰 키로 앞장서 가던 한강 발바닥 굳은 살을 짠물에 담그네

    한백년  젊은 느티가 몸을 숙여 한 백년 젊은 물의 맨살을 만질 때 마다

    숙고사 처마처럼 강물이 구겨지네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신식으로 무늬지고 있네

    모음이 자음을 베고 눕듯 섬이 물을 베고 누웠네

    우리들 문장이 물처럼 수려할 수 있다면, 매끄러운 생각을 퉁! 튕기며 본관을 묻듯 누군가 물었

    유도라는 저 섬은 흘러가는 중일까 머무는 섬인가 흐름과 머무름이 하나라는 선문답도

    이 끝, 물 끝에서와서나 하는 일이네 


    밀고 썰고 망설이는 물살의 밑둥을  강바닥 낮달이 하얗게 자르네 
    뿌리 잘린 마음, 뿌리가 잘려야 마음은 흘러가네 
    이름도 몸도 바꾸지 못하고 꽃지는 뒷길로  돌아오는 길,

    강물을 견인해 가던 저녁 하늘 속  누군가 구룩구룩 비둘기 소리로 울고 있네 
    그림 지도 바깥에서 파꽃 터지는 소리 
    또 한 백년 지나면 우리의 길도 물길처럼 자명해질까

    하릴없이 슬픈 지도가 되기나 할까

    숙고사(熟庫紗) : 경사·위사에 숙사(정련사)를 사용한 광택 있는 직물로 평직 바탕에 사직의 무늬가 있다.
    숙고사에는 원형 수(壽)자와 표주박의 무늬가 있는 것이 많다.
    근래에는 견 이외에 나일론, 폴리에스테르도 많이 사용된다. 한복, 침구 등에 쓰인다.

    처마 : '치마'의 경상도 말

    (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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