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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은 - 인사동
    시(詩)/고 은 2017. 8. 27. 08:52

     

    인사동에 가면 오랜 친구가 있더라

    얼마 만인가

    성만 불러도

    이름만 불러도 반갑더라

    무슨 잔치같이 날마다 차일을 치겠는가

    무슨 잔치같이

    팔목에

    으리으리한 팔찌 끼고 오겠는가

    빈손이

    오로지 빈손을 잡고

    그냥 좋기만 하더라

     

    험한 세상 피멍 들며 살아왔다

    조금은 잘못 살았다

    너는 내달리기만 하였고

    나는 풀잎 하나에도 무정하였다

    인사동에오면

    그런 날들 가슴에 묻어

    고향 같은 골목들 그냥 좋기만 하더라

     

    어찌 15년 20년 친구뿐이겠는가

    인사동에 오면

    추운 날 하얀 입김 서러워

    모르는 얼굴들

    어느새 정다운 얼굴이더라

     

    인사동에 가면

    한잔 술 주고받을

    친구가 있더라

    서로 나눌 지난날이 있더라

    얼마 만인가

    얼마 만인가

    밤 이슥히 손 흔들어

    헤어질 친구가 있더라

     

    오늘밤은 아직 내일이 아니더라

    성만 불러도

    이름만 불러도

    반가운 친구가 있더라

    인사동에 가면

    (그림 : 양종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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