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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것 없고 아는 것 없어
바다에 절하며 살았다
지성이면 감천인지 바다는 아무 말 없이
미역도 내어주고 파래도 톳도 던져주었다
오래전 서방님을 삼켜버린 바다
수평선에 걸어놓은 그리움마냥
마르고 딱딱해진 선물은 누가 준 것인가
머리를 짓누르는 생계를 이고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어갔다 되돌아오니
육십 년이 돌았네
얼굴에 깊이 패인 이 주름살이 그 흔적이야
절룩이는 발자국이야
오늘도 바다에 절을 하며 손에 미역 몇 줄기 받아든
부르는 사람없어 이름 오래 전 잊어버린 할머니
세월에 빛바랜 꽃잎 같은 웃음이어도
얼굴에 환하기로 으뜸이다
어둡고 험한 밤길을 걷다가 문득
내 가슴에서 피어나는 그 꽃
(그림 : 채기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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