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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앞바다엔
전라도 사투리 같은 섬이 하나 떠있다.
어느 한 군데 모나지 않은 전라도 사투리 같은
섬, 오동도
오동도 시누대 숲길로 들어서면
'그렁께 그렁께' 맞장구치는
정겨운 사투리가 바람소리로 흘러나오고
숲길, 나무 가지 사이사이론
'아따 좋소잉' 처럼 맑은 소리의
햇살이 내린다.
'그런당가 그런당가'
서로를 보듬어주는
넉넉하고 푸근한 나무 그늘,
그 숲길을 오르면
'오오메, 오오메,' 감탄사처럼
붉은 동백꽃이 피어나고
계단을 내려가 바다에 이르면
용굴 저 깊은 곳에서는
'어째야 쓰까잉, 어째야 쓰까잉'
애가 타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모난 바위에 와 온몸을 부딪치면서도
오랜 만에 만난 친구에게
'밥은 묵고 댕기냐' 며 오히려 안부를 믇는 파도,
객지로만 떠돌던 나는
그만 눈이 시큰해진다.
남도 끝 여수 앞 바다에는
전라도 사투리 같은, 정 깊은 섬이 하나 떠 있다.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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