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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 말밤나무 아래서시(詩)/공광규 2017. 6. 23. 17:04
나는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알죠
바람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리가 뭐야?”라고 물었을 때
“당신 수다야”라고 대답했던 사람이죠아침 햇살 살결과 이른 봄 체온
백자엉덩이와 옥잠화 성교
줄장미 생리하혈과 석양의 붉은 볼
물봉선 입술과 대지의 살 냄새를 가진 사람이죠나는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알죠
바람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죽음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간결하게
“당신을 못 보는 것이지”라고 대답했던 사람이죠나는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알죠
바람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말밤나무 몸통과 말밤 눈망울
말밤나무 손가락을 가진 사람이죠.말밤나무 : 마로니에. 잎이 일곱개씩 달려있어서 '칠엽수'라고도 부릅니다.
화사하고 멋진 6월의 녹음을 담당하고 있는 마로니에 가을에는 맛있는 알밤과 거의 흡사하게 생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데
사람은 먹지 못하고 말이나 먹는다고 해서 '말밤' 이라고합니다
(그림 : 안모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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