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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철 - 햇살 한 줌 시키신 분
    시(詩)/최영철 2017. 6. 8. 12:12

     

    이것은 하늘의 인증을 받아 금방 출하된 것

    하늘 아래 모두 밥 주라는 지엄한 분부

    혹시 게을러빠진 녀석들 있을지 모르니

    골고루 찾아 먹이라는 살가운 당부

    제 심은 것에만 눈길 주는 옹졸한 널 나무라는

    하늘 높으신 분의 뜨거운 질타

    어둠이 가고 또 하루가 시작되었으니

    누구나 속속들이 사랑하라는 지엄한 말씀

    바로 서서 내리는 것만으로 안심이 안 돼

    몸 기울여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모두 나눠먹게 바람에 버무리기까지

    하늘 주방장 막 뽑아낸 햇살 몇 올

    후려치고 떠밀고 항로를 바꿔가며

    특급으로 막 배달된 푸짐한 코스요리

    구운 햇살 간질간질 볶은 햇살 잘 말린 쫄깃한 햇살

    잠자코 기다린 응달 구석 풀 한 포기

    옳지 여깄구나 정확히 찾아 문 두드리는 중

    거기 딸려온 꽃가루 한 접시

    특별관리 고객에게만 내는 모처럼의 후식

    얼굴 내밀 틈 없이 바쁜 하늘 주방장 서비스

    아하, 모두 나눠주고도 여전히 쨍쨍한 대지의 젖꼭지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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