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최영철 - 마지막 한 잔
    시(詩)/최영철 2017. 10. 12. 10:50

     

    살아서 마시는 마지막 잔인데

    안주가 없다는 게 쓸쓸한 일이었다

    여보게 별고 없었는가 오래만에 내 잔 받게나

    주거니 받거니 술 동무가 없다는 게 적적한 일이었다

    신김치 몇 토막 안주 삼아 거나해지다

    어느 대목에선가 토라져 깡소주 몇 잔 연거푸 들이켤

    마누라도 없다는 게 서글픈 일이었다

    밀린 술값 닦달하다 어떻게든 곱게 달래 보내려고

    어르고 달래던 늙은 주모도 없다는 게 허전한 일이었다

    길바닥에 구겨져 있을 그를 쓸어 담아 줄

    눈 좀 떠 보라고 재촉할 누군가도 없다는 게 서러운 일이었다

    유일한 용기였던 술잔을 비우기 전

    그는 잠시 헛기침을 한 후 지독하게 말을 듣지 않던 자신에게

    '원 샷'하고 낮고 단호하게 명령했다

    그러고 나니 더 할 말도 없었다

    느닷없는 제의에 자신이 잠시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그는 꿀꺽 잔을 비웠다

    안주도 권주가도 건배 제의도 술주정도 숙취도 없을

    마지막 한 잔 이었다

    (그림 : 김경렬 화백)

    '시(詩) > 최영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영철 - 서면 천우짱  (0) 2019.07.24
    최영철 - 오랜 당신  (0) 2019.01.16
    최영철 - 햇살 한 줌 시키신 분  (0) 2017.06.08
    최영철 - 늙음  (0) 2017.04.05
    최영철 - 밥과 술  (0) 2017.01.25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