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안나 - 보쌈김치시(詩)/서안나 2017. 4. 7. 12:18
푸들거리는 허리 긴 개성배추
굵은 소금으로 간하면
색을 빼고 힘을 빼
겨울 풍경 받아들이네
고기 삶는 냄새
따스한 흉터처럼 흘러다니는 밤
매운 고춧가루 양념에
굴이며 대추와 잣 호두
뜨거운 삶은 고기 썰어 얹어면
보쌈김치 맵게 먹어
입술 붉은 아이들 살 오르는 소리
창 밖은 흰 눈 펑펑 내리고
보쌈김치 씹으면
한겨울 어둠에 이빨자국이 나네
세상 끝 양귀비 꽃밭 무너지는 소리 나네
보쌈김치 먹는 밤엔
애벌레처럼 순해지고 싶었네
자다가도 푸릇푸릇
혀끝에 피가 도네
(그림 : 하영희 화백)
'시(詩) > 서안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안나 - 11번 마을버스를 타다 (0) 2017.05.07 서안나 - 모과 (0) 2017.05.07 서안나 - 지렁이 (0) 2016.06.05 서안나 - 고구마를 삶으며 (0) 2016.06.05 서안나 - 용두암 (0) 201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