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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 산골에 오두막을 짓다시(詩)/이기철 2017. 3. 16. 11:39
산골에 오두막을 짓다
달빛으로 기둥을 세우고
바람으로 지붕을 덮었다
우우우 몰려오는 서풍의 축하객
손님처럼 찾아온 아카시아 잎 방문 두드리는 소리
배추잎은 아직 어려 잠에 빠져 있고
수수이삭은 저 혼자 시간을 먹고
가을만큼 자랐다
얘들아 얘들아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놀러간 개울물
오소리들이 물고 간 밤톨은 찾아볼 수 없다
전기밥솥에 쌀 안쳐놓고 사립문 열면
후욱 끼쳐오는 꿀밤나무들의 푸른 살 냄새
엄마 젖무덤 같은 산등엔
돌 지난 아이의 하얀 젖니 같은 별이 뜨겠다.(그림 : 정태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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