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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 봄, 날아오르다시(詩)/홍해리 2017. 3. 2. 23:52
두문불출의 겨울 적막의 문을 두드리던 바람
부드러운 칼을 숨기고 슬그머니 찾아왔다
아침 밥물을 잦히는 어머니의 손길로
물이 오르는 들판 어디선가 들려오는 칼질소리
금세 봄은 숨이 가빠 어지럽다
오색찬란 환하다, 망연자실
바라보면 울고 싶어지는 희다 못해 푸른 매화꽃
저 구름 같은 입술 젖어 있는 걸 보라
나무들마다 아궁이에 모닥불 지피고
지난 삼복에 장전한 총알을 발사하고 있다
봄 햇살은 금빛 은빛으로 선다
봄은 징소리가 아니라 꽹과리 소리로 온다
귀가 뚫린 것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꽃집에 온 것마다 서로 팔을 걸고 마시다
목을 끌어안고 꿀을 빨고 있다
무릎에 앉은 채 껴안고 마셔라! 마셔라!
입에서 입으로 꽃술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폭탄주에 금방 까무러칠 듯 봄이 흔들리고 있다
세상에 어찌 끝이 있다 하는가
시작이 있을 뿐
겨울이 간 것이 아니라 봄이 온 것이다
파ㆍ릇ㆍ파ㆍ릇 숨통을 트고 잠시 멈추어 숨을 가다듬는
저 푸르러지는 산야로
풍찬노숙하던 환장한 봄이 날아오르고 있다.
(그림 : 김우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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