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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에 내리면 술집이 있다
바다가 보이는 푸른 술집이 있다
술집의 벽에는
고래 한 마리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오른다
사람들은 기차에서 내리지 않고
종착역이 출발역이 되기를 평생 기다린다
나는 가방을 들고 기차에서 내려
술집의 벽에 그려진 향유고래와 술을 마신다
매일 죽는게 사는 것 이라고
필요한 것은 하고 원하는 것은 하지 말라고
고래가 잔을 건낼 때마다 술에 취한다
풀잎끝에 앉아있어야 아침이슬이 아름답듯이
고래 한마리 수평선 끝으로 치솟아 올라야
바다가 아름답듯이
기차도 종착역에 도착해야 아름답다
사람도 종착역에 내려야 아름답다
(그림 : 노태웅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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