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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재 - 천렵
    시(詩)/이문재 2017. 2. 10. 23:12

     

    문지 메시지 다들 받았을 줄 안다
    다음 주말 천렵이다
    솥단지 대신 코펠에 부탄가스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고 꿈은 바랬지만
    초록들이 적극 동참하는 계곡으로 간다
    혈전처럼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기억과
    벌겋게 부어 있는 오장육부를 꺼내
    흐르는 물에 씻는다 바위 위에 널어놓는다
    쏘가리 열목어 쉬리 없어도 괜찮다
    몇마리 송사리 비린내만이라도 흔쾌하다
    빈 몸으로 와 맨몸으로 만난다
    너는 오늘 남편도 가장도 아니다
    우리는 오늘 갑과 을이 아니다
    모든 계약과 마감에 괄호를 쳐놓는다
    불룩해진 아랫배 마음대로 보여준다
    오랜만에 괄약근에 힘주며 물장구를 친다
    나이보다 많은 후회들을 바싹 말린다
    아랫도리까지 벗어버리고 거풍한다
    우리들 몸에도 엽록체가 있는 것 같다
    단순하지만 명쾌하지 않고
    논리적으로는 옳지만 비현실적인 것들
    파 마늘 고추와 함께 집어 넣는다
    너는 또 그 노래를 부른다
    너는 또 고개를 외로 꺾고 꺼억 꺼억 웃음 웃는다
    오랜만에 너는 너로 돌아가 있는다
    좋아 보인다 좋아 보이지 않는다
    여름산 여름 계곡 여름 지난 청춘들
    제대로 충전을 해보지 못한 상한 충전지들
    알코올의 힘으로 기억의 힘으로 젊어져 박박 우겨댄다
    문자 메시지 다들 받았을 줄 안다
    여름 천렵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림 : 이동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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