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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 세월의 바람개비시(詩)/황인숙 2017. 1. 28. 16:17
나는 우두커니 바라보네
빨갛고 파랗고 노란, 커다란 바람개비들
창공을 배경으로 모여 서서
바람을 기다리네
나도 기다리네
바람이 몰려오면 날개 끝에서
저마다 색색 바람 입자 튕기며
눈부시게 도는 바람개비들!
다만 바라보며 탄성 지르네
오랜 기억이 들썩들썩 떠오르네
색종이를 삼각형으로 두 번
접었다 편다
모서리마다 공작가위로 오린다
네 끝을 한가운데로 오므려 모아
수수깡에 압정으로 꽂는다
돌아라, 알록달록 어린 날
빨강 바람개비
파랑 바람개비
노랑 바람개비
바람개비 든 손, 앞으로 쭉 뻗고
운동장을 달렸네
동네 골목을 달렸네
배경은 아무래도 좋았지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바람개비
파르르르, 파르르르, 잘도 돌았지
야무진 바람개비 내 심장
벅찬 바람으로 파들거리고
웃음이 절로 터졌지!
(설치미술 : 김언경 - 바람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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