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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효근 - 전망 좋은 곳
    시(詩)/복효근 2017. 1. 27. 12:00

     

     

    동해라고 하면

    검푸른 파도 넘실거리는 후포나 울진 속초 곁의 그 바다를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섬진강이 구례구를 돌아 사성암 못 미쳐

    제 오지랖에 몇 가구 사람의 집을 품고 있는 곳

    그곳에도 동해가 있다

     

    그 마을 뒤로 임도가 나 있고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산 강 마을 들 하늘 보이지 않는 게 없다

    전망만 좋은 게 아니라

    무엇보다 눈치 볼 사람이 많지 않아 좋다

     

    전망이 좋은 곳은 내게 언제부턴가

    울기 좋은 곳이라는 믿음이 있다

    연암은 광활한 요동을 지나며 울기 좋은 땅이라 했다

    앞과 위 천지사방이 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에서

    썩은 똥통 같은 마음자리까지 보이지 않는다면

    전망은 개뿔이다

    사성이 머물러 도를 닦았다는 사성암이 바로 곁인데

    그들도 생이 겨워 울었을까

    원효, 도선, 진각, 의상 사성도 이쯤에서 통곡 한번 하지 않았다면

    그 또한 개뿔이다

     

    이곳에선 치욕과 굴욕과 넝마같은 생이 다 보인다

    한 소절 울고 나니 진짜 동해까지가 멀지 않다

    그 높은 물굽이까지가 다 보인다

    생이 조금은 가벼워질 때가 있다

    동해 : 전남 구례군 문척면 섬진강가의 마을 이름

    사성암(庵) : 전라남도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186번지 백제 성왕 22년(544)에 연기조사가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원래 오산암이라 불리다가 이곳에서 4명의 고승인 의상대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국사가 수도하였다 해서 사성암으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진각국사가 참선했다는 좌선대, 우선대를 비롯하여, 석양 노을을 감상하며 일과를 반성한다는 곳의 낙조대 등

    지리산과 섬진강을 조망할 수 있는 12곳의 조망점을 비경으로 일컫는다. 

    (그림 : 이섭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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