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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섬진강의 뱃사공시(詩)/신경림 2017. 1. 22. 17:20
늙은 사공은
몸 속에 파편을 여덟 개나 지닌 상이용사다
줄을 당겨 끄는 나룻배로
하루에도 전라도 경상도 오가기 쉰 번 예순 번
스스로 본적을 섬진강으로 삼았다
날이 궂으면 파편 박힌 팔다리가 욱신거려
뜨뜻한 아랫목에 배를 지지며 엎드렸고
아내가 대신 나가
배를 끌고 은어를 잡는다
아들딸이 모두 여수와 하동으로 돈벌이 가고
늙은 내외만이 호젓이 지키고 있는
높다랗게 강언덕에 달라붙는 누게막
은어회에 소주로 취하면
사공은 문 열고 강에 대고 소리친다
내 고향은 전라도도 아니고 경상도도 아니여
내 고향은 섬진강이랑께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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