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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 차경(借景)시(詩)/손택수 2016. 12. 17. 10:54
한옥에서는 풍경도 빌려 쓰는 거라네요차경(借景), 창을 내고 문을 내서 풍경을 들이는 일이 빚이라고,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고
직업이 마땅찮아 어떨지 모르겠으나 가능하다면 저도 풍경 대출을 받고 싶어요
집 살 때 빚지는 것도 누가 재산이라고 그랬지요
빚 갚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어느새 제 집을 갖게 된다고
풍경 좋은 곳은 다 부자들 차지라지만
아무리 좋은 액자인들 뭐하겠어요 청맹과니처럼 닫혀만 있다면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지기 힘든 게 풍경 빚인 줄도 모르겠어요
가난하고 외로워할 줄 아는 사람에겐 창가에 스치는 새 한 마리도 다 귀한 풍경이니까요
갚는다는 건 되돌려준다는 거겠지요
빌린 나도 풍경으로 내어주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도무지 뭘 빌려주었다는 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앉아 있는 저 돌처럼,
저도 빌려 갈 만한 풍경이 되어서
(그림 : 김순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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