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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택수 - 수정동 물소리
    시(詩)/손택수 2016. 8. 10. 17:30

     

    수정동 산비탈 백팔 계단에 서면

    통도사 금강계단이 겹친다

     

    산복도로 내가 오를 계단 끝엔 가난한 불빛 한 점이 있고,

    통도사 금강계단 끝엔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다

     

    살아가는 게 묘기구나, 벼랑 위에 만든 계단이여, 끝없이

    관절을 꺾는 힘으로 찾아가는 집이여, 가슴에 든 멍이

    까맣게 죽은 빛을 하고 밤이 찾아오면

     

    불이, 물소리를 켠다

    금강계단 가물가물 번져가는 연등 속에서

    부은 발을 어루만지는 물소리가 흘러나온다

     

    저린 무릎 짚고 한 단 두 단 꺾어졌다 펴지는 물소리,

    다친 모서리를 쓰다듬으며 하염없이 출렁이는 물소리

     

    흘러내려간다, 부산 앞바다

    그 너머 수평선

    가슴에 든 멍이 쪽빛이 될 때까지는

    수정동(水晶洞) : 부산광역시 동구에 속하는 법정동.

    이 지역의 토질이 황토가 적고 모래가 많아서 비가 와도 신발에 물이 묻지 않았으며, 맑은 샘이 솟아나는 곳이라 하여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또한 수정산(산의 정상부에 분지가 있으며 그 일대에서 수정이 나왔다고 붙여진 이름)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그림 : 박용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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