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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 유등 연지 1시(詩)/이태수 2016. 9. 6. 23:15
한여름, 마음이 먼저 간 뒤
발길도 슬며시 따라가 닿은 유등 연지.
비 그친 오후 한때
어깨 부딪히는 초록 저희 우산들 사이
연꽃들 환하다. 무더기로 환하다.
왜가리 떼 날아내려 긴 부리 세우고
물 밑을 쪼아대는 동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으로 밀어올리는
불길, 불꽃들. 진흙물 위로 밝히는
연등들은 그러므로 그윽하게 아프다.
햇살 뛰어내릴 때보다
해거름에 다가갈 수록 환해진다.
그 아픈 언저리. 왜가리도, 내 마음도
마냥 붙박이가 되고 있다.
등 뒤에는 구군가의 아득한 독경 소리,
허공을 흔들고, 연꽃잎을 흔든다.
유등 연지(柳等 蓮池) :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유등리에 있는 연꽃 연못.
경상북도 청도 지역의 아름다운 절경을 대표하는 자계 제월, 오산 조일, 공암 풍벽, 낙대 폭포, 운문 효종, 유천 어화, 용각 모우 등과 함께
청도팔경 중 한 곳이다.
유호 연지, 신라지(新羅池)라고도 하며 둘레가 600여m, 깊이 2여m이며 넓이는 6만 9421㎡(2만 1000평)이다.
유호 연지 입구의 군자정(君子亭)은 인공적인 섬으로, 다리를 건너 일감문(一鑑門)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또 군자정 양편에도 작은 두개의 섬을 만들고 버드나무를 심어 놓았다.
못은 전체를 덮은 연의 싱싱하고 넓은 잎이 못을 덮어 푸른 바다를 이루고, 여름이면 2개월 동안이나 연꽃이 피어 있어 화려한 화단을 이루며
꽃이 떨어진 연 줄기에 맺은 연밥은 보기만 하여도 탐스럽다.
아침 해가 솟을 때나 석양이 너울질 때 단아한 군자정(君子亭)의 모습이 한결 조화되어 운치를 돋운다.
유등 연지는 오래 전에 만들어져서 갖가지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다.유등 연지는 모헌(慕軒) 이육(李育)이 무오사화의 여세로 이곳에서 음거 생활을 하면서 못을 넓히고 연을 심어 오늘의 유호 연지를 이루었다.
또 군자정은 이육이 시를 읊고 글을 짓던 옛터이다.
(그림 : 이석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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