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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 나는 왜 예까지 와서시(詩)/이태수 2015. 7. 29. 11:32
오다가 보니 낯선 바닷가 솔숲입니다
갯바위에 부딪치는 포말을 내려다보는
해송의 침엽들도, 내 마음도 바다 빛깔입니다
아득한 수평선 위로 날아가는
괭이갈매기 떼,
마음은 자꾸만 날개를 달지만
몸은 솔숲 아래 마냥 그대로 묶여 있습니다
일정한 박자로 솔밭 앞까지 들이치는 파도는
이 뭍의 사람들이 그리워서 그런 걸까요
왔다가 되돌아가면서도 끝없이 밀려옵니다
나는 왜 예까지 와서
괭이갈매기들 따라 날아가고 싶은 걸까요
돌아가야 할 길마저 지우면서
마음만 따로 수평선 저 멀리 가고 있습니다
날 저물어 어둠살 그러안고 앉아 있으면
수평선 위로 돋아 오른 손톱달,
이마 푸른 저 적막,
눈 감아보면 이 세상일은 죄다
갯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포말입니다
오래된 해송 침엽 같은 내 마음 무늬들도
파도에 실려 밀려왔다가는 이내 쓸려갑니다.
(그림 : 김복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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