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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온 날
무슨 비밀처럼 발목이 시렸다
너를 만나고 온 날
가로수 먼나무 열매가 서녘 햇살처럼 붉어
무슨 비밀처럼 눈물이 아렸다
방금 사막을 건너왔는지
바람에게 사각거리는 모래 냄새가 나는 거나
저기 고개를 숙이고 걸어오고 있는
산그늘의 얼굴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는 것도
다 무슨 비밀 하나쯤 있기 때문이 아닐까
너와 나, 서로 차마 말 못할
무슨 비밀 하나 간직하게 된 건 아닐까
꽃아!
(그림 : 김용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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