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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 쓸쓸한 날에시(詩)/김경미 2016. 7. 17. 19:12
쪽빛 엽서를 쓰고 싶네
몇 다발 정맥을 풀어
견딜 수 없는 안부와 그리움의 목례를
쓰고 또 쓰고
모조리 찢고 다시 또 쓰고
갑자기 퍼붓는 함박눈 사이로
자줏빛 달개비들이 얼어 죽은 길로
동백 꽃송이
검은 머리카락에 곱게 싸들고
지워진 길을 다시 가겠네
흰 눈발 위를
걷고 또 걸어
성급히 당신에게로
이제 곧 가고 싶네
성실한 답장을 받겠네
문 열어보면 거기 당신의 소인 쌓인
인주빛 언덕에 기대
서로를 옥바라지하며
해후의 글씨를 다듬고 다듬는
그리운, 그리운 당신과
우리들
(그림 : 김한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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