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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 머나먼 술집시(詩)/류근 2016. 6. 29. 21:55
요 몇 달 사이에 나는 피해서 돌아가야 할
술집이 또 두 군데 더 늘었다
없던 술버릇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갈 수 없는 술집들도 하나씩 늘어난다
그저께는 친하게 지내오던 사채업자와 싸우고
어젯밤엔 학원 강사 하는 시인과 싸우고
오늘은 술병 때문에 일요일 하루를
낑낑 앓는 일에 다 바친다
억울하다 갈 수 없는 술집이 늘어날 때마다
나는 또 술 생각이 난다 맨 정신일 때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내 선량한 자존심
하지만 그들은 왜 하필 술 마실 때에만
인생을 가르치려는 것인가 술자리에서만
별안간 인생이 생각나는 것인가
억울하다 술 마실 때에만 불쑥 자라나는 인생이여
술에서 풀려나면 다시 모른 체 껴안고 살아버려야 할
적이여 술집이여 그 모든 안팎의 상처들이여
갈 수 없는 술집이 늘어날 때마다
나는 또 술 생각이 난다 슬슬
피해서 돌아가고 싶어진다(그림 : 김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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