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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전날 밤 만취해
마구 풀어 헤쳐놓은 꿈들
주섬주섬 보자기에 챙기고
단단히 매듭을 지어 묶는다
어머니가 남겨준 조각보
몇 군데 깁기는 했으나
아직은 쓸 만하다
거리를 나서면
허둥지둥 갈 길을 찾아 가는
가지가지 모양의 짐 보따리들
더 들어갈 여유도 없이
잔뜩 부푼 얼굴들
행여 쏟아질까 두려워
종일 꼭지만 움켜쥐고 산다
산다는 건 그저
갖가지 천 조각을 이어
보자기를 만드는 일
나는 오늘도 가위를 들고
적당한 크기로
하루를 자른다
(그림 : 남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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