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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률 - 온다는 말없이 간다는 말없이
    시(詩)/이병률 2016. 5. 5. 21:21


                                                                                                                                              (낭송 : 이지완)


    늦은 밤 술집에서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
    꽃다발을 놓고 간다며
    마늘 찧던 손으로
    꽃다발을 끌어안고 나오신다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 꽃다발은 할머니에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나는 애써 돌아보지 않는데

     

    또 오기나 하라는 말에
    온다는 말없이 간다는 말없이
    꽃 향은 두고
    술 향은 데리고 간다

     

    좁은 골목은
    식물의 줄기 속 같아서
    골목 끝에 할머니를 서 있게 한다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 가라는 할머니의 말

     

    신(神)에게 가겠다고 까부는 밤은
    술을 몇 잔 부어 주고서야
    이토록 환하고 착하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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