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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 눈사람 여관시(詩)/이병률 2015. 12. 12. 19:48
(낭송 : 전병관)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그러면 날마다 아침이에요
밥은 더러운 것인가
맛있는 것인가 생각이 흔들릴 때마다
숙박을 가요
내게 파고든 수북한 말 하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모든 계약들을 들여놓고
여관에서 만나요
탑을 돌고 싶을 때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내가 껴안지 않으면 당신은 사라지지요
길 건너편 숲조차도 사라지지요
등 맞대고 그물을 당기면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여관이겠어요
내 당신이 그런 것처럼
모든 세상의 애인은 눈사람
여관 앞에서
목격이라는 말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거지요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거짓을 생략하고
이별의 실패를 보러
나흘이면 되겠네요
영원을 압축하기에는
저 연한 달이 독식을 그만두기에는'시(詩) > 이병률'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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