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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 꽃 보자기시(詩)/이준관 2016. 5. 3. 22:56
어머니가 보자기에 나물을 싸서 보내왔다
남녘엔 봄이 왔다고.
머리를 땋아주시듯 곱게 묶은
보자기의 매듭을 풀자
아지랑이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남녘 양지바른 꽃나무에는
벌써 어머니의 젖망울처럼
꽃망울이 맺혔겠다.
바람 속에선 비릿한 소똥 냄새 풍기고
송아지는 음메 울고 있겠다.
어머니가 싸서 보낸 보자기를
가만히 어루만져 본다.
식구들의 밥이 식을까봐
밥주발을 꼭 품고 있던 밥보자기며,
빗속에서 책이 젖을까봐
책을 꼭 껴안고 있던 책보자기며,
명절날 인절미를 싸서
집집마다 돌리던 떡보자기며,
그러고 보면 봄도 어머니가
보자기에 싸서 보냈나 보다.
민들레 꽃다지 봄까치풀꽃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꽃 보자기에 싸서.(그림 : 김은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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