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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근 - 목포홍탁 그 여자시(詩)/시(詩) 2016. 4. 24. 17:48
험상궂게 주름 팬 얼굴
어떤 남자의 누님이며 어머니일 법한
그 여자 뚜벅뚜벅 썩은 홍어를 썬다
열매 많은 땡감나무처럼
입가에 욕지거리를 조랑조랑 다는 걸 보니
벌써 한잔했다 한때
벌교 순천 카도집, 도둑 같은 남자 기다리며
시퍼런 칼 쓱쓱 갈아
쇠불알 썰던 그 여자
펄펄 김 피우던 그 여자,
긴급 출동 강북 카써비스 옆
목포홍탁 불낙염포 바랜 선팅
세평 공간까지 쫓겨온 사연, 술 권하지 마라
저 여자 우렁우렁 팔자 타령 나오면
그까짓 중랑천변 이십몇층 아파트쯤
한걸음에 훌쩍 타넘고
인수봉 백운대 단숨에 올랐다가
죄 없는 홍어 옆구리 자꾸자꾸 베어준다
그 집, 나올 때는 꼬부라진 혀로 시비를 걸든지
어떻게 돌아왔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야 한다
시퍼런 칼을 들고 밤새 우는
목포홍탁, 늙은 그 여자(그림 : 전명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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