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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막 닿은 '대양호'에서
아낙이 제 키만한 방어를 받아 내렸다
활처럼 몸을 당긴 등 푸른 아침 바다가
지느러미를 퍼덕거리며 물방울을 쏘아 올리는 사이
환한 비린내,
아낙의 아랫배를 지나 내 종아리까지 날아와 박힌
푸른 물방울 화살촉을 조심스레 뽑아 든다
손금 위에 얹힌 물방울 하나 속에서
수천의 방어떼가 폭풍처럼 울고
오냐 오냐
아낙이 큰 칼을 들어
방어의 은빛 아가미를 내리쳤다
오냐, 내가 너를 다시 닿으리라.
아낙이 등 푸른 물 속으로 치마를 걷으며 들어가면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수천 마리 은빛 방어들이
정오의 태양으로 헤엄쳐 간다
항구에 남겨진 그 여자들의 눈부신 비늘 몇 낱.대포항 : 강원도 속초시 대포항1길 6-13 (대포동)
(그림 : 이종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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