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관영 - 삽은 늘 서 있다시(詩)/시(詩) 2016. 3. 23. 14:33
들어가 들어올리는 은근함이 특징이지만
녹슨 날로 서 있기 일쑤인
삽에게도 울음이 있다
삽끼리 부딪쳐 콘크리트를 털어내는 소리와
흙 묻은 삽을 돌덩이에 쳐 내는 소리는 다르다
그 얇은 삽 속에는 꿩의 울음이 쟁여져 있다
골 깊은 문안골에 상수도 작업하러 갔을 때
인기척에 놀란 꿩이 날아올라
산 중턱에 가서야 내던 울음을 안다
꿩 때문에 놀란 몸을 추스르던 그 때서야
꿩도 울었던 것이다
삽날을 두드리는 일은 하늘에 대고
오늘 일 끝났다는 신고식 같은 거지만
삽 속에 꿩의 울음소리가 내장됐다는 것을 안 것은
매련 없이
혼자,
서 밤하늘 보기를 좋아한 이후의 일이다
매련(명사) :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릴 정도로 어리석고 둔함.
매련없다 : 형편이 말이 아니다. 꼴이 말이 아니다. 형편이 안된다 라는 뜻의 강원도말
(그림 : 김경렬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문자 - 진달래꽃 (0) 2016.03.26 박유진 - 은빛 성채 (0) 2016.03.24 장옥관 - 꽃 놀이 간다 (0) 2016.03.22 고명자 - 냉이꽃 (0) 2016.03.22 이승하 - 풍어제(豊漁祭) (0) 201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