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효근 - 꽃의 기억시(詩)/복효근 2016. 2. 21. 14:44
어시장 꽃게들이 트럭에 실려 떠난 자리
꽃게들의 다리가 널려있다
몸통은 어디론가 다 떠났는데
남은 집게다리는 아직도
지켜야 할 그 무엇이라도 있다는 듯이 꼭 아물려 있다
더러는 이쯤이면 됐다는 듯
무엇을 기꺼이 놓아준 표정이다
제 몸을 먹여 살렸던 연장이며
제 몸을 지키던 무기였던 것
종내는 제 몸을 살리기 위해
제 몸으로부터 스스로를 떼어냈을 터
몸통이 두고 갔거나
다리가 몸통을 떠나보냈거나
한 쪽 손을 두고 떠난 이주 노동자들처럼
꽃게에게 마음이 있다면
집게발에 들어있을 것이다
끝까지 버틴 흔적,
그래서 남겨진 꽃게의 집게다리엔
슬픈 꽃무늬가 있다
(그림 : 이영수 화백)
'시(詩) > 복효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효근 - 시래기를 위하여 (0) 2016.03.29 복효근 - 산삼 (0) 2016.03.10 복효근 - 두꺼비집엔 두꺼비가 없다 (0) 2016.01.11 복효근 - 쟁반탑 (0) 2016.01.11 복효근 - 섬 (0) 201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