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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민 - 통증
    시(詩)/고영민 2016. 2. 18. 14:44

     

     

    중국에는 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이 있다지요

    보내는 사람이 편지 도착 날짜를 정할 수 있다지요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십 년 뒤일 수도 있다지요

     

    당신에게 편지 한통을 보냅니다

    도착 날짜는 그저 먼 훗날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길 원합니다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는 걸

    오랫동안 지켜보길 원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수십 번, 수백 번의 후회가 나에게 왔다가고

    어느 날 당신은

    내가 쓴 편지 한통을 받겠지요

    겉봉을 뜯고 접은 편지지를 꺼내 펼쳐 읽겠지요

     

    그때 나는 지워진 어깨 너머

    당신 뒤에 노을처럼 서서 함께

    편지를 읽겠습니다

    편지가 걸어간 그 느린 걸음으로

    내내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이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한 홉 한 홉

    차올랐던 숨을 몰아 내쉬며 손을 내려놓을 즈음

    편지 대신 그 앞에

    내가 서 있겠습니다 

    (그림 : 이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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