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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휘 - 그 사내의 고향 말
    시(詩)/심재휘 2016. 1. 16. 09:30

     

     

     

    봄비도 표준말로 내리는 서울의, 구파발을 떠나 머나 먼 수서 가는 땅속 길,

    안냐하새요 아냐하새요 타관을 떠돌아도 오래였을 사내 하나가

    비옷을 입고 비옷을 판다

     

    지금쯤 봄날 아침상에 오를 부새우 국처럼,

    누덕나물처럼 내 고향 말은 하도 진해서

    그 말 잘 다려 펴 서울 말인 듯해도 금세 알아 듣겠네

    고향 솔숲에 부는 바람소리, 코앞에 훅 끼치는 짠 파도소리

     

    마커가 모두로 변하고 머나가 뭐니로 곰살맞아져도 머리 위의 비가 땅을 적시듯,

    땅 속을 흘러 다시 온 곳으로 돌아가듯,

    수백 년 우리 몸을 퉁명스럽게 적시던 말,

    할 말이 없어 발끝만 볼 때에도 침묵 속에서 꽃 피던 말

     

    천 원 한 장에 모시께요 비옷을 입고 통로를 지나가는 옹이 백인 말,

    나생이 냄새나는 말,

    우리가 아무리 덜컹거리는 열차에 서서 고향도 없이 덜컹 덜컹 살아진다고 한들

    이향의 긴 세월이 입고 있는 그 비옷처럼 쉽게 벗지 못하리라

    그 사내의 고향 말,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그 먼 원음의 세상

    누덕나물(심곡 고르메나물)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심곡리 주변 바닷가에서 나는 해초.

    고르메 나물은 바다에서 나는 나물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본래 명칭은 고리매이다.

    고리매는 조간대() 부근의 바위에 붙어살며, 지름은 약 15mm이고 길이는 15~60㎝이다.

    겨울철 바닷가에 나가 고리매와 돌김, 파래 등 해조류들을 채취하여 깨끗이 씻는다.

    대나무로 만든 발에 널어 햇볕이 좋은 곳에서 3~4시간 말린다.

    강릉에서는 강동면 심곡리, 옥계면 도직리 앞바다에서 채취한다.

    고리매는 거의 이용가치가 없었으나 고리매에 돌김, 파래 등을 함께 섞어 김처럼 말린 제품을 개발하였다. 이것을 누덕나물이라고도 한다.

    말린 고리매는 들기름을 발라 불에 살짝 구워 김처럼 밥을 싸먹고, 생 고리매는 된장찌개에 넣어 끓여먹기도 한다.

    (그림 : 오효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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