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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양희 - 오늘 쓰는 편지
    시(詩)/천양희 2015. 12. 19. 10:08

     

     

    - 나의 멘토에게

    순간을 기억하지 않고 하루를 기억하겠습니다

    꽃을 보고 슬픔을 극복하겠습니다

    영혼의 주름살을 늘리지 않겠습니다

    우울이 우물처럼 깊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슬픈 날 웃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겠습니다

     

    혼자 사는 자유는 비장한 자유라고 떠들지 않겠습니다

    살기 힘들다고 혼자 아우성치지 않겠습니다

    무인도에 가서 살겠다고 거들먹거리지 않겠습니다

    술 마시고 우는 버릇 고치겠습니다

    무지막지하게 울지는 않겠습니다

    낡았다고 대놓고 말하는 젊은 것들 당장 따끔하게 침놓겠습니다

    그러면서 나이 먹는 것 속상해 하지 않겠습니다

    나를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습니다

    결벽과 완벽을 꾀하지 않겠습니다

    병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하루를 생의 전부인 듯 살겠습니다

    더 실패하겠습니다

    (그림 : 최정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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