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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 물가에서의 하루시(詩)/천양희 2015. 7. 8. 05:12
하늘 한쪽이 수면에 비친다
물총새가 물 속을 들여다보고 소금쟁이 몇개 여울을 만든다
내가 세상에 와 첫 눈을 뜰 때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하늘보다는 나는 새를 물보다는 물 건너가는 바람을 보았기를 바란다
나는 또 논둑길 너머 잡목숲을 숲 아래 너른 들판을 보았기를 바란다부산한 삶이 거기서 시작되면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바라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산그늘이 물 속까지 따라온다
일렁이는 물결 속 청둥오리들 나보다도 더 오래 물 위를 헤맨다
너는 아는구나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물이라는 걸 아는구나
오늘따라 새들의 날갯짓이 훤히 보인다
작은 잡새라도 하늘에다 커다란 원을 그리고 낮게 내려갔다 다시 솟아오른다
비상! 절망할 때마다 우린 비상을 꿈꾸었지
날개가 있다면…… 날 수만 있다면……
날개는 언제나 나는 자의 것이다
뱃전에 기대어 날지 않는 거위를 생각한다
거위의 날개를 생각한다
물은 왜 고이면 썩고 거위는 왜 새이면서 날지 않는가
해가 지니 물소리도 깊어진다
살아 있는 것들의 모든 속삭임이 물이 되어 흐른다면……
물소리여 너는 세상에 대해 무엇이라 대답할까
또 소리칠까 소리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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