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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등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위해
멀리 가는 빛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그릇 국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들의 허기를
채워 주는 훈훈한 국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두막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을 살다 지쳐 돌아온 이들을 위해
시린 발 데워 주는 아랫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닥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마주앉아 시린 손과 발 쬐며
고단한 삶을 헤아려 주는 불빛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별이고 싶습니다.
하늘 아래 한 구석 가난한 집 창문에서만 보이는 초저녁 별처럼
때로 희미해져 가는 영혼의 불빛을 비춰 주는
눈동자이고 싶습니다.
(그림 : 오치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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