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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대웅 - 맨드라미에게 부침
    시(詩)/권대웅 2015. 4. 10. 11:15

     


     

     

    언제나 지쳐서 돌아오면 가을이었다.
    세상은 여름 내내 나를 물에 빠뜨리다가
    그냥 아무 정거장에나 툭 던져놓고
    저 혼자 훌쩍 떠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나를 보고 빨갛게 웃던 맨드라미
    그래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단지 붉은 잇몸 미소만으로도 다 안다는
    그 침묵의 그늘 아래
    며칠쯤 푹 잠들고 싶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며 일어서는 길에
    빈혈이 일 만큼 파란 하늘은 너무 멀리 있고
    세월은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 변방의 길 휘어진 저쪽 물끄러미 바라보면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문을 여는 텅 빈 방처럼
    후드득 묻어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고독에
    울컥 눈물나는 가을

     

    덥수룩한 웃음을 지닌 산도적 같은 사내가 되고 싶었습니다.
    혹시 서 있다가 아름답도록 아픈 사람을 만나면 불러주십시오.

    (그림 : 진상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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