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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입니다.
할머니,
홍시하나 드리고 싶어요.
서리 내릴 날은 아직도 멀었지만,
기러기 올 날은 아직도 멀었지만,
살아 생전에 따뜻했던 무릎,
크고 잘 익은
홍시 하나 드리고 싶어요.
용둣골 수박,
수박을 드리고 싶어요.
수박 살에
소금을 조금 발라 드렸으면 해요.
그러나 그 뜨거웠던 여름은 가고,
할머니,
어젯밤에는 달이
앞이마에 서늘하고 훤한
가르마를 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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