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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 배꽃 고운 길시(詩)/문태준 2015. 9. 17. 21:42
봄이 되면 자꾸 세상이 술렁거려
냄새도 넌출처럼 번져가는 것이었다
똥장군을 진 아버지가
건너가던 배꽃 고운 길이
자꾸 보이는 것이었다땅에 묻힌 커다란 항아리에다
식구들은 봄나무의 꽃봉오리처럼
몸을 열어 똥을 쏟아낸 것인데
아버지는 봄볕이 붐비는 오후 무렵
예의 그 기다란 냄새의 넌출을 끌고
봄밭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곤 하얀 배밭 언덕 호박 자리에
그 냄새를 부어 호박넌출을 키우는 것이었다
봄이 되면 세상이 술렁거려
나는 아직도 봄은 배꽃 고운 들길을 가던
기다란 냄새의 넌출 같기만 한 것이었다(그림 : 이의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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