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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그 나무에 들어 소리에 취했으면
소리에 갇혀 소리에 묻혀 외또르 외또르
그대와 나 꽃이나 새겼으면
가지 위에 가지가 포개어지듯
그대 곁에 몸 누이고
돌돌돌 돌돌돌 천년을 꼼짝도 없이
시간이 시간을 베어먹듯 그대
입술이나 훔치며
맨 처음 핀 매화, 꽃잎에 스민 봄 강물
그 물에 멱 감고 맨 처음 소녀와 소년이 되어
시큼한 봄날 보냈으면
외또르 외또르
스미는 새소리에 귀 쇠고
바람 홀친 물소리에 홀리어
풍경소리
저문 강 물들이는 늙은 소의 울음소리
번지는 그 강가
묵은 그 나무속에
외또르 : '외따로'를 뜻하는 전남 장성 지방의 말
(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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