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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끈적한 햇살이
어머니 등에 다닥다닥 붙어
물엿인 듯 땀을 고아내고 있었어요
막둥이닌 내가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일요일이었던 그날
미륵산에 놀러 가신다며 도시락을 싸셨는데
웬일인지 인문대 앞 덩굴장미 화단에 접혀 있었어요
가시에 찔린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엉덩이 들썩이며 잡풀을 뽑고 있었어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어머니.
지탱시키려는 듯
호미는 중심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어요
날카로운 호밋날이 코옥콕 내 정수리를 파먹었어요
어머니, 미륵산에서 하루죙일 뭐허고 놀았습디요
뭐허고 놀긴 이놈아, 수박이랑 깨먹고 오지게 놀았지
(그림 : 안호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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