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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개구리밥시(詩)/박성우 2014. 10. 15. 00:03
헛짚은 날들이 나를 증명해 놓았네
개구리밥이 물 위에 뿌리를 내리듯
헛물켠 시간들이 나를 세월의 방죽 위에 뜨게 했네
발목 닿지 않을 것 같은 내일도 겹겹이 떠 있을 것이네
바둥거려도 집으로 가는 골목과 골목은 좁아만 갔네
짐 꾸려 떠나온 곳마다 헐거워진 세간 대신
방안 가득 채운 달이 목 메였네
순대 한 접시 털레털레 들고 퇴근하는 밤엔
시린 달이 차가운 방에 들어와 소주를 들이켰네
잠들지 못한 새벽엔 비탈진 계단에 주저앉아 별을 털었네
차차 좋아 질 거야, 밑도 끝도 없이
헛짚은 날들이 지금의 나를 증명해 놓았네
거짓말이고 싶었던 세월은 끝내 위증되지 않았네
천장 뚫고 내려와 아랫목 고집하는 물방울마냥
안전핀 없는 일상은 어디든 돌파구를 내고 싶었네
아무 곳이나 뿌리 내려 자지러지고 싶었네
헛물켠 시간들이 나를 세월의 방죽 위에 뜨게 했네
물이 스미면 개구리밥이 햇볕에 말라붙듯
내가 떠다닌 생활사도 뿌리를 감출 것이네
내가 버석버석 말라비틀어지면
햇볕은 그제서야 내가 떠 있던 세월의 방죽
발목 빠지지 않게 천천히
거닐 것이네(그림 : 윤채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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