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우 - 봄날 가고 봄날 온다시(詩)/박성우 2014. 9. 27. 13:10
이장님 댁 애먼 사과나무 묘목을 깡그리 뜯어먹어
사과나무 꼬챙이로 만들어놓던 염소 깜순이,
좁은 흙길 풀 뜯어먹어 우리집으로 드는 흙길을
음메헤에 음메헤에 넓혀주던 깜순이,
뽕잎가지 감잎가지를 꺾어내면
검은 눈 끔뻑끔뻑 짧은 꼬리 툭툭 다가오던 깜순이,
겨우내 철골 개막에서 마른 콩대와 콩깍지로 버티더니
봄 강변 매실나무 밑에 들어 첫 새끼를 놓는다
혼자 까막까막 산통을 앓고 혼자 까막까막 새끼를 받고
혼자 까막까막 핥아 세워,
봄 강변 매실나무 연분홍 꽃잎이
어메에 어메헤에 어메애 흩날린다
(그림 : 김인수 화백)
'시(詩) > 박성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성우 - 배꼽 (0) 2015.05.31 박성우 - 개구리밥 (0) 2014.10.15 박성우 - 비닐하우스 (0) 2014.08.31 박성우 - 봄, 가지를 꺾다 (0) 2014.02.24 박성우 - 동그라미 (0) 201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