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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철 - 노령에 눕다
    시(詩)/이기철 2015. 6. 30. 11:10

     

     

     

    여기 와 미루었던 답신을 쓰네

    아무에게도 애린 보내지 않고 살리라 했던 마음

    실꾸리처럼 풀려 잡은 펜 자꾸만 홍역을 앓네

    잠자리 마른 발을 밟고간 하늘을 바라며

    자꾸 빗금진 자네 눈썹을 떠올리네

    말을 갖지 않은 뫼꽃들은 나를 보고

    어서 시집가고 싶다고 말하는게 틀림없네

    내가 벌이 되지 못하니 어찌 저 꽃에게 장가를 들 수 있는가

     

    늦었는가?

    여기 와서 멀어진 한 도시에

    나 혼자 보관해 둔 사랑을 꺼내 읽네

    자네의 미간 아랫쪽으론 자동차 바뀌들이

    제 살갗을 조금씩 버리며 달려갈 것이네

    무사하지 않은 사람들이 무사한 표정으로 수저를 드는 그곳에도

    벌(罰)처럼 가을이 와 조금씩 전염될 것이네

    나는 시 한 줄로 세상을 요약해 보이고 싶지만

    세상은 일만 페이지의 글줄에도 저 자신을 담지 않네

     

    이른가? 도시는 명랑하고 저녁은 글썽거린다고 나는 쓰네

    상처 속의 길은 멀어 언제나 처음부터 헛디디는 것이네

    아무도 노랑나비와 할미새와 말벌에 대해 말하지 않을 때

    나는 이슬비 대신 금발 햇살과 꽃들의 십자수와

    말매미의 음반에 대해 말하려 하네

     

    괜찮은가? 저 계곡물의 백 개의 입에 대해 다 말했으니

    이만 펜을 놓네, 무사만 해서야 되겠는가

    늘 두근거리는 죄책으로 하루를 물들이게

    노령(노령산맥) : 소백산맥의 추풍령 부근에서 갈라져 남서 방향으로 전라북도의 무주, 진안, 임실을 지나 전라남북도의 경계를 이루고 다시 전라남도의 무안반도에 이르는 산맥. 길이 약 200㎞의 구릉성 산지이다.

    소백산맥의 중부 추풍령() 부근에서 남서 방향으로 전주시와 순창군의 중간을 지나 웅령() ·모악산(:794 m) ·내장산(:655 m) ·노령 등을 일으키고, 다시 무안반도()를 거쳐 쌍자제도()에 이르는 중국 방향으로 뻗은 고기습곡산맥()으로, 저산성산지()를 이루고 있다. 이 산맥과 소백산맥과의 사이에는 폭 10~20 km의 남서방향의 지구상 고원()이 전개되어 있으며, 이곳을 금강()이 북류하고 섬진강()이 남류하는데, 진안고원()이 양 하천의 분수령을 이루어 가장 높다. 그 남연()의 화강암지대에 남원분지와 순창분지가 발달되어 있다. 평균높이가 가장 낮은 노년기 산맥으로 산맥의 서부에는 드넓은 호남평야가 전개되고, 산맥 북쪽에는 덕유산 국립공원의 무주 구천동 계곡이 있으며, 내장산 일대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그림 : 김성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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