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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 오월(五月)에 들른 고향(故鄕)시(詩)/이기철 2015. 5. 18. 00:46
오월(五月)에 들른 고향(故鄕)은
아까샤꽃이 피고 있었고
한 잎 두 잎
지다 남은 복숭아꽃이 지고 있었다.
비둘기 울음이
뚜깔잎의 저녁 이슬을 떨고 있었고
서풍(西風)이 풀잎의 이른 잠을 깨우며
아랫마을에서 윗마을로
고개를 저으며 올라 가고 있었다.
멀리 석양(夕陽)의 붉은 그늘 아래서
천(千)년 전에 들었던
청동기(靑銅器)가 깨어지는 소리로
개가 짖고 있었고
마을 앞에는
포플라만이 키 큰 서양사람처럼
활짝 만개(滿開)하고 있었다.
오월(五月)에 들른 고향(故鄕)
거기엔, 서툰 걸음마가 쓰러지기 잘하던
내 아이 적의 고통과
비 오면 자주 끊어지던
학교길의 도랑이 걸레처럼 구겨져
흐르고 있었다.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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