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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진 - 남백산 씨시(詩)/시(詩) 2015. 6. 18. 10:42
변산면 마포리 종암 사시는금년 나이 여든다섯의 남백산 씨는
비루먹은 소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흐연 증우 적삼을 걷어 부치고
이랴 쪄쪄-금년에도 뙈기논을 갈고 있습니다
소가 빨리 가지 않아도 그만
가다가 흘낏 뒤를 돌아봐도 그만
이랴 쪄쪄 한마디 뿐 보거리질도 한번 않습니다
변산 들러 격포 채석강 찾아오는 관광객들
토요일 일요일이면 자가용 몰고
줄줄이 종암 고개 넘어오는데
팔구십 백 키로를 신나게 밟고 오는데
오늘은 남백산 씨 달구지에 걸렸습니다
뒤에서 죽어라 빵빵대도
쟁기 떼어서 달구지에 싣고 고삐 채 잡고 앉아
우선 담배부터 한 대 말아 부칩니다
이랴 쪄쪄ㅡ 바쁘면 늬가 바쁘지 내가 바쁜가?
종암 고개 천천히 올라갑니다
구십 고개 그렇게 올라갑니다
성질 급한 차들
한 십 리 뻗쳐 있습니다
(그림 : 김명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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