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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녀 - 여수, 목노집시(詩)/시(詩) 2015. 6. 15. 22:36
우등고속을 타고 남쪽으로 가겠다
간판들 알록달록한 뒷골목
지붕 낮은 집들
그 집이 그 집인
그 여자네 목노로 가
샛서방이 오는 날에만 굽는다는
그 위험한 금풍생이를 굽겠다
제 인생을 뒤집기라도 하겠다는 듯
숯불 화덕을 껴안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금풍생이를 목빠지게 뒤집고 있는
그 여자네 목노에서
밀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새벽까지
금풍생이를 굽겠다
나무젓가락 두 벌로
금풍생이를 구우러
여수 가는 날은
밤새 바닷바람이 창문을 흔들며
나를 재촉하고
나, 오랜만에 옷깃에 구김살 편다
밀물 따뜻한 여수로 간다
나무젓가락 두 벌로.
금풍생이 : 군평선이의 전라도 사투리. 경남지방에서는 깨돔, 꾸돔이라 부르기도 한다. 농어목과에 속하는 물고기
(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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