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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 순두부에 박수를 보내다시(詩)/박지웅 2015. 6. 15. 00:25
순두부에 속을 데였다
마음놓고 넘기다 제대로 걸린 것인데
얼마나 야무지게 뜨거운지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를 일이다
맷돌에 갈리고 포장되고 삶기며
이 순두부는 몇 번을 죽었다
죽을 때마다 그 부글부글 끓던 속사정
나는 오늘에야 절절히 배우고
순두부는 결코 순한 놈이 아니라고
내 어린 연인에게 떠들어대고
말랑해도 말랑하게 볼 수 없는,
목숨 아홉에 속을 알 수 없는,
불여우 같은 순두부를 뜨며
뭉개질 대로 뭉개진 몸으로도
뜨거운 맛 한번 보여준 순두부의 외유내강
그 꼬장꼬장한 힘을 경탄하며
속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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