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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 냇물 전화기시(詩)/박지웅 2014. 1. 20. 11:56
냇물에 던진 전화기, 한번 몸을 뒤집더니 물고기처럼 달아난다
지느러미를 가진 언어들이여, 잘 가라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날 이후, 귀로 들어온 말이 입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었다
나는 그지없이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고
흘러오고 흘러가는 것에 무심했다
가끔 발신처를 알 수 없는 문자를 받았다
물로 오랫동안 다듬은 문장이었다
생의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기까지 모은 이야기는 아름다웠으며
그 문장을 손바닥에 받아 마시는 일이 즐거움이었다
다시 한동안 잊고 살았다
남쪽 섬 언덕에 앉아 봄꽃이 마을 담벼락에 들어가 앉는 것을 보았고
금빛은빛 물결에서 나비들이 태어나고 또 꽃까지 당도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울고 싶었지만 잊었다
머나먼 아카시아 숲속을 걷다가 비늘 같은 것들이 사르르 머리 위로 내려앉을 때
나뭇잎 위로 흘러가는 푸른 냇물을 언뜻 본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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